이번 모임의 테마는 다음과 같았다.
1. 리더는 OKR에 대한 팔로우 업을 어떻게 해야 하나?
2. 용어의 정의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 주제에 대해서는 서로 할 말이 많았다. K의 직장에서 리더는 OKR을 설정하기만 해놓고 그 뒤의 팔로우 업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팀원들은 도중에 방향을 잃었고, OKR의 핵심 목적인 '목표 달성'을 이루지 못하는 상태였다.
나의 경우는 리더의 입장이었다. 과거 팀장으로 일 할 당시, 나는 딱 저런 리더의 모습이었다. 팀원들의 목표가 정해졌음에도 그에 대한 별다른 피드백이나 진척 체크를 하지 않았다. 목표를 설정했으니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는 방임 주의 였다. 결과적으로 팀원들은 K의 사례에서 처럼 갈팡질팡 했고, 별 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에 대한 서로의 의견은 다음과 같았다.
D : 대화가 중요한 것 아닌가?
나는 OKR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바로 그 뒤에 따라오는 CFR이라고 생각했다. Conversation, Feedback, Recognition의 약자인데, 그 중에서도 Conversation, 즉 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내 과거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팀원들의 성패를 좌우하는 건 목표에 대한 긴밀한 대화다. 그들이 세운 목표는 애당초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그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요소가 필요한지에 대해 나누는 대화다. 또한 그 개개의 목표가 팀원 스스로의 목표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과정이다.
그러한 과정 없이, 검토 없이 네가 알아서 해라 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방목이며, 무책임이다. 나는 그 사실을 과거의 실패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목표만, 시스템만 던져주고 알아서 따라오라고 하는 것은 리더의 자세가 아니다. 보스의 자세다.
K : 결국에는 실력이며, 실력을 위해서는 신뢰가 필요하다.
K는 리더의 이러한 대화를 위해서는 그를 밑받침 하는 실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팀원들은 실력 없는 리더를 따라오지 않을 것이며, 그렇기 위해서 리더는 실력을 쌓아야만 한다. 아무런 능력 없이 성과도 내지 못하는 사람을 따를 사람은 없다.
OKR세팅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리더는 실무자들의 입장에 서서 그들의 목표를 검토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실무자들의 일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며, 이는 곧 리더의 실력과 결부된다. 실무를 이해할 줄 아는 능력, 그것을 할 줄 아는 능력이 곧 리더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실력이다.
여기서 K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알려주었다. '펜싱'의 투셰의 비유다. 옛날 펜싱에서는 칼을 맞은 사람이 '투셰 (찔렸다)'라고 말을 하는 것이 룰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점수가 측정이 된다. 즉, 자신의 실수를 솔직하게 밝히는 것이 그들의 무도 였고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였다. 이는 곧 리더의 태도로 치환될 수 있는데, 바로 리더가 갖추어야 할 겸허함이다. 리더는 모름지기 자신의 실수를 순순히 인정할 줄 알아야 하며,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따르게 되고, 실무자들도 리더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신뢰는 쌓이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실력이 쌓이게 된다.
이 질문은 내 최근의 경험에서 나왔다. 내가 다니는 회사의 대표는 내게 매번 내가 쓰는 용어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물었다. 가령, '사용'과 '이용'의 차이를 알고 쓰는 것이냐 하는 등이다. 사실 평소에는 그렇게 신경쓰지 않는 부분이었다. 그냥 때에 맞게 그럴싸 한 단어를 선택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러한 용어의 정의는 생각보다 중요했다. 이는 생각하는 방식의 정의와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A라고 인식한 것에 대해 상대가 B라고 인식한다면, 둘의 사고는 분명 다른 것이다. 이를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간다면 어떤 사태가 일어날까? 결과는 보나마나 뻔하다. 원래 의도했던 바와는 전혀 딴판인 결과물이 나오고 마는 것이다. 나는 분명 이렇다고 생각해서 많은 리소스를 투입하고 일을 진행했지만,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물이 전혀 의미 없는 무언가라면, 도대체 나는 어디에 무엇을 위해 리소스를 쏟아부은 것인가?
이는 리소스가 한정된 스타트업에서는 더욱 큰 문제였다. 모든 것이 부족한 곳에서 낭비할 리소스 따위는 없기 때문이다. 사소한 것 같지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 같았다. 이에 대한 둘의 생각은 다음과 같았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하나로 통일 된 듯 해서 하나로 묶어 썼다.)
조직의 공통된 경험을 잘 공유하면 어떨까? 불필요한 설명에 대한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지 않을까?
결국에는 조직의 핵심적인 목표와 관련된 것을 얼마나 많이 '소비'하느냐에 달려있다. 여기서 말하는 '소비'란 무엇인가? 이는 단순히 돈을 쓰는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에 들이는 시간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마케팅과 관련된 일을 진행한다고 하자. 그를 위해서 모두가 배우고 겪어야 할 것은 다름 아닌 '마케팅'에 관한 무엇이다. 그것은 인문학 공부일 수도, 카피라이팅 수업일수도, 여행을 가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을 우리는 '소비'라고 생각했다.
팀원 모두가 비슷한 경험을 해보고, 그에 관한 지식을 섭취하고 공유함으로써 목표와 관련된 공통된 '심리적 표상'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같은 이미지를 가지기 위한 이미지 트레이닝인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 = 상대가 생각하는 것, 조직의 목표 = 나의 생각 = 다른 팀원의 생각이 되게 하는 것이다. 모두가 다른 곳을 바라보지 않고 공통의 목표 Objective를 가지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모두의 '영점 조준'이 이루어 지면 거기에서 쓰이는 용어의 정의 또한 자연스럽게 합치할 것이라고 보았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척하면 척, 알아듣고 이해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물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소비'가 필요한 지 딱 잘라 말 할 수는 없지만, 이는 분명 많은 시간이 드는 일일 것이고, 결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어떤 경우에든 그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을 갖고 단계적으로 접근해야만 한다. 황급히 계획 없이 움직여 보아 봤자 해결되는 건 없으며, 오히려 문제를 키울 뿐이다. 사람 사이의 일이 단숨에 해결되길 바라는 건 요행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리더의 대화, 신뢰 및 실력을 쌓아나가는 과정 모두 시간이 필요하다. 용어의 정의를 위한 소비 또한 그 만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스타트업에서는 당연하게도, 이러한 시간들은 모두 돈이다. 이 돈을 어떠한 시점에 얼마나 투입할지, 그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그에 따라 진행 시키는 것이 스타트업에 몸 담은 이들이 해야 하는 일이다.
어려운 일임에는 분명하다. 모든 건 제한적이고, 제한적인 가운데서 내려야하는 결정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이 결정을 위해 쏟는 시간은 가치있다. 앞으로의 방향을 설정하는 작업이고, 이 작업에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조직은 결국 표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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