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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탈을 쓴 곰

에디터 K

by 사진작가김지영 2020. 3. 14.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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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림보다 다름

포커페이스는 카드 게임을 할 때 유리하다. 상대방의 표정을 읽을 수 없어서 어떤 카드를 가졌는지 유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목적이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포커페이스보다 연기력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왜냐하면 연기를 통해서 상대방의 행동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연기력이 사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면 교활한 속임수로 보기보단 라이프 스킬로 보는 게 더 합리적일 것이다.

 

우리는 개인마다 살아온 환경과 생각이 다름으로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물며 탕수육 소스를 찍어 먹냐 부어 먹냐고도 충돌이 생기지 않는가. 그래서 충돌 상황에서 연기력으로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 대접받는 자리에서 탕수육 소스를 묻는다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보단 온화한 미소로 넘어가는 연기력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이런 상대방과 충돌을 피하고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연기력은 회사에서도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은 상사에게 아부하고 비위를 맞추는 연기력을 말하고 싶지 않다. 그보다는 자신의 꿈과 목표를 위해서 상사와의 충돌을 피하고 나에게 유리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상사는 적이 아니다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상사가 아니라면 대부분 나름대로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 가고 싶어 한다. (여기서 나름대로 가 문제인 경우는 부족한 학습력과 편협한 경험의 일반화가 원인이다) 그리고 상사도 사람인지라 편향과 편견이 존재한다. 이런 특징과 연기력을 잘 섞으면 상사를 든든한 지원군으로 바꿀 수 있다.

 

회사에서 연기는 상사와 실무자의 좋은 방향의 싱크로율을 높여준다. 그런데 이 연기는 표정으로만 하는 게 아니다. 서류로도 가능하다. 영어에서 연기를 뜻하는 Act는 문서, 서류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열심 말고 잘

신입 사원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은 두 가지 정도인 것 같다. 첫 번째는 ‘죄송합니다.’ 두 번째는   ‘열심히 하겠습니다.’인 것 같다. 그런데 두 번째 ‘열심히 하겠습니다.’고 듣는 상사의 대답은 자동응답기처럼 한결같은 대답으로 돌아온다. ‘열심히 하지 말고 잘해’

 

여기서 ‘잘’은 다양한 의미가 담긴 포괄적인 단어이다. 그런데 상사를 내 지원군으로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볼 때 잘하는 것은 보고다. 보고는 내가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만드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해준다.

 

 70년대만 해도 내비게이션이 없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지도만 가지고 길을 찾아다녔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길이 복잡하지 않고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0년도에서 내비게이션 없이 다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운전에 고수로 여겨지던 택시 기사님도 모르는 길은 내비게이션이 필수다.

 

이렇게 목적지까지 가는 길이 많고 복잡하면 내비게이션이 필수이듯 일을 할 때도 보고가 필수다. 왜냐하면 업무를 풀어가는 방법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상사가 ‘A 지점까지 가야 한다.’라고 지시를 받으면 A 지점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고 B, C, D경로 중 최대한 빨리 가는 길을  한다. 그러면 이제부터 상사의 머릿속에서는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한다.

 

그  장점은 더 많다.  제로 드래프트(Zero Dreft)를 활용한 초기 보고는 상사와 실무자의 생각 차이를 줄여준다. 초기 보고를 건너뛰고 업무를 돌입하고 결과물을 가져가서 까이면 처음부터 다시 하는 재앙을 못 본다.

 

또 진행 보고도 중요하다. 진행 보고를 현실감 있게 바꾸면 이렇다.

 

 놀지 않고 시킨 일 잘하고 있습니다


이 진행 보고를 잘하면 상사는 내가 일을 잘하고 있다고 인식하게 된다. 여기서 열심히 해와 절의 차이가 난다.보고도 연기다. 묵묵하게 일하는 게 좋은 게 아니다.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이렇게 연기를 잘하면 상사와 충돌은 줄어들고 성과는 올라간다. 그러면 상사도 이득이기 때문에 연기를 잘하는 실무자를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자, 이렇게 상사를 내 지원군으로 만들 수 있는 서류상의 연기를 알아봤다. 이제 우리에게 익숙한 표정과 몸짓으로 하는 연기를 회사에서 활용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곰보다 여우

책 <더 히스토리 오브 퓨처>에서 삼성전자는 안된다고 하면서 다음에 만날 때, 성공시켜서 가져온다는 묘사 나온다. 이게 회사에서 필요한 연기의 핵심이다. 할 줄 알아도 참아야 한다.

 

여기서 손실 회피 편향을 활용하는 것이다. 사람은 손실을 이득보다 강하게 받아들인다. 어떤 연구 결과에서는 고통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사람은 손실을 싫어한다. 그래서 된다고 해놓고 안되면 고통스럽다. 그런데 안 된다고 했는데 되면 상사에게 어필하기도 좋다. 심지어 안돼도 딱히 손해도 없다.


여우의 탈을 쓰자

필자는 기질이 곰 같으며 반골 기질이다. 연기하는데 어색하고 괜히 얍삽한 거 같아서 거부반응도 있다. 그렇게 묵묵하게 일하면서 피해를 본 적이 있다. 군대에서도 묵묵하게 일했지만, 디스크와 어깨에 상처를 입었고 사회에 나와서도 상사는 그게 당연한 줄 알고 때로는 쉽게 여겨지기도 했다.

 

최근에도 내 생각에는 합리적인 행동이라고 판단해서 저지른 것이 문제가 되었다. 반성을 해봐도 행동을 옮기는 과정에서 잘못이 있어도 틀린 행동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그래서 앞으로 내가 원하는 꿈과 목표를 위해서 연기가 필요하다.

 

필자의 목표는 현재 조직의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권한도 필요하고 상사의 도움도 필요하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여우의 탈을 쓰고 연기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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