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했던 일을 또 하는 이유

에디터 K

by 사진작가김지영 2020. 3. 7. 23:35

본문

끝이 보이지 않는 도로 위에 수십 대의 차들이 앞으로 달리고 있다. 그들은 아슬아슬하게 엎치락뒤치락하며 경쟁을 버린다. 제임스는 이렇게 치열한 경주에 얼떨결에 합류해서 그들처럼 달리고 있었다. 그는 눈앞에 놓인 차 보다 앞서가기 위해서 RPM을 높인다.

 

그러다 문득 의문이 든다. ‘나는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지?’ 궁금함을 풀기 위해 창문을 내리고 옆에 나란히 달리던 메튜에게 다가가 어디를 향해 가는지 물었다. 그는 ‘몰라요, 그냥 쫓아갈 뿐입니다.’라는 답을 하고 나를 앞질러 나갔다. 그 즉시 제임스는 갓길에 차를 세우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왜, 달리고 있었지?’

 

스타트업에서 일을 해보면 의미 없는 일이 종종 있다. 일을 했지만 애초에 방향을 잘못 잡아서 결과물이 쓸데가 없어진 것이다. 올해 들어서 쓸데없이 일을 했던 게 2건 이상 생겼다. 해당 프로젝트에 관여된 사람은 대략 8명 정도에 팀장, 실장급 인원도 3명이 포함되어있었다. 다들 메튜처럼 그냥 하길래 하는 거였다. 

 

궁금했다. 왜 이런 일이 생기고 반복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책 <와이저>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때로는 조직이 개인의 의사결정보다 못한 결정을 할 때가 있다는 연구 자료가 있었다. 조직은 리더의 잘못된 영향력 아래에서 틀린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깊숙하게 박혀있는 원인은 따로 있었다. 


<질문하지 않는다>

촬영 결과물에 대해서 최종 의사결정권을 대표님께서 쥐고 있다. 그렇다면 대표님이나 결정권을 위임받은 담당자가 어떤 결과물이 필요한지 실무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그래서 결과물과 비슷한 자료(레퍼런스)를 가지고 결정을 해야 촬영을 할 수 있다. 레퍼런스가 없으면 촬영을 준비할 수 없다. 그런데 레퍼런스 없이 그냥 하라는 지시를 전달받았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른 체 일단  출발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시동을 걸고 도로 위로 나간다. 이렇게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여정이 시작된다. 객관적인 시야에서 본다면 터무니없는 일이다. 그런데 그 속에 들어가면 그냥 달리게 된다. 

 

인류의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다. 결정권을 쥐고 있는 사람에게 질문하고 답을 받아오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권력 앞에서 질문은 감춰진다.

 

<두서없이 일을 한다>

일을 한다는 것은 건축과 비슷하다. 일단 건물을 올리는 목적이 있고 목적에 따라 적합한 장소를 고르고 건물의 전체적인 구조를 짠다. 건물을 올리는 순서가 있고 순서에 맞게 집중해야 하는 일이 있다. 건물의 틀을 잡아주는 골조를 올리는데 벽지를 고민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순서에 따라서 변경이 불가능한 것들도 있다. 건물 다 올라갔는데 옆으로 1미터만 옮기는 게 불가능한 것처럼 말이다.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전체적인 구조를 짠 다음에 구체적인 일을 진행해야 한다. 일을 한답시고 일단 땅을 파라고 실무자에게 시킨다. 그런데 얼마나 파야 하는지는 모른다. 당연히 몇 층을 올린 건지 면적은 얼마나 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을 던져놓고 벽지 색깔을 고민하면서 일을 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글 쓰기를 못 한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4명의 미국 대통령을 가지고 리더십을 분석하고 연구한 내용이다. 그렇게 미국 대통령이 어떻게 일을 했는지 간접경험을 하고 있었다. 대통령은 물리적으로 모든 곳에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글로 의견과 생각을 전하고 지시한다. 이런 장면을 보면서 이상했다. 나는 내 상사들로부터 메일을 받아본 적이 없다. 필요한 자료를 전달받은 적은 있지만 그들이 직접 쓴 글을 받아 본 적이 없다. 이제야 깨달았다. 왜 그렇게 쓸데없는 일을 반복하고 두서없이 일을 했는지.

대부분의 지시를 구두로 전달받는다. 이런 지시는 불안하다. 구두로 지시를 받으면 잊어버리거나 정확한 내용을 기억하지 못할 때가 있다. 최악은 상사가 말 끝을 흐리면서 지시하고 나가 버리는 경우다. 다시 물어보기도 애매하다.

 

구두로 지시하는데 결정적인 원인은 글 쓰기를 못해서다. 핵심을 요약하고 정리해서 전달하는 글 쓰기 말이다. 이걸 못하면 머릿속에는 정리가 안되고 일단 급한 일만 하게 된다. 그런데 급한 일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왜냐하면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나부터>

일단 나부터 글 쓰기를 잘해야 한다. 다음은 내가 회사에서 할 수 있는 글 쓰기 목록이다.

 

1. 내가 참석한 회의는 정리하고 요약해서 메일로 공유한다.

2. 장기 프로젝트는 주기적으로 진척 상황을 공유하고 담당자에게 리마인드 시켜준다.

3. 기획서, 계획서, 보고서, 양식을 만들고 공유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발전시킨다.

4. 개인 목표를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함께 공유한다.

 

이렇게 일 처리를 깔끔하게 하면 어떤 이득이 생기는지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누가 시킨 업무도 아니고 부담된다. 그렇지만 목표인 CCO를 위해서라도 글 쓰기 능력은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글 쓰기 능력을 높여서 쓸데없는 곳에 리소스를 낭비하지 말고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에 집중하고 싶다.

 

멈추지 말고 꾸준하고 집요하게 하나씩 바꿀 것이다. 그렇게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행복하고 꿈을 꾸게 하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도 글을 쓴다. 

'에디터 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열심히 한다고 뭐가 바뀔까?  (0) 2020.03.21
여우 탈을 쓴 곰  (0) 2020.03.14
이 글이 신입사원에게 더 좋은 이유  (0) 2020.02.29
포토그래퍼가 조직문화를 만드는 법  (0) 2020.02.23
스타트업 리더십  (1) 2020.02.15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