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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항로 #0

에디터 D

by solarone 2020. 1. 10.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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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실패를 경험한 적이 있나요? 

 

이런 질문을 들으면 나는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기억력이 안 좋아서 일 수도 있지만, 애초에 왕창 깨져본 경험이 없는 것 같다. 특정한 사건이 떠오르지도 않는다. 남들이 흔히 말하는 실패 경험담, 그리고 그것을 딛고 일어난 경험담은 어쩌면 내게 없다. 

 

하지만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나는 자잘한 실패를 많이 경험했다. 그래서 하나의 에피소드로 엮어 말할 수 없다. 돌이켜 보면 실패인 것 같지만 바꿔 생각하면 지금의 나를 만들어 놓았으니 실패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수도 없는 류의 것들이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면, 나는 고등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1학년 1학기 때 자퇴를 했다. 빡빡한 학교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한 것도, 수능 공부를 할 이유를 찾지 못한 것도, 내 꿈을 찾기 위한 것도 있다. 모든 것이 결합된 복합적인 요인 때문에 그런 결정을 했다. 실패라면 실패다. 남들이 다 하는 걸 나는 못한 것이니까. '남들이 다 하는 건데 너는 왜 못하니?'라는 말을 들을 만한 것이다. 조금만 더 버티고 노력하면 될 것을 나는 버티지 못했고, 적응에 '실패'했다.

 

인생은 산에 오르는 과정인가, 아니면 내려가는 과정인가?

 

그렇게 나는 실패이기도 하고, 새로운 도약이기도 한 결정을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에 했다. 그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서 내가 한 일? 그냥 하루하루 살아간 것이다. 남들이 다 하는 것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열패감을 빨리 떨쳐버리려 했다.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으려 하지 않고 내게 맞는 길을 가려했을 뿐이라고 자위했다. 나는 내 길을 갈 뿐이라고 생각하려 했다. 자꾸 주위의 친구들과 내 자신을 비교해봐야 도움될 게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미 나와버린 걸 어떻게 하나?

 

결과적으로 나는 그 사소한 실패를 딛고 일어났다. '기왕'학교 밖으로 나온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섰다. 검정고시를 준비해서 고등학교를 스스로의 힘으로 졸업했고, 일본어를 독학해서 자격증을 따고 그 길로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기왕'시작한 거 갈 때까지 가보자고 마음먹었다. 

 


 

그 뒤의 일은, 또 다른 실패의 연속이었다. 나는 결국 현실에 타협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끝내 하지 못했다. 내 꿈을 찾아간 일본에서 나는 결국 다른 사람들이 가는 안정적인 길을 택했고, 괜찮아보이는 회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약 2년 8개월 간 그 회사에서 일을 했으며, 현재는 퇴사를 하고 또다시 옆길로 새게 되었다.

 

퇴사를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내 꿈을 포기한 탓'이다. 내가 원하던 길을 포기하고 현실에 나를 맞춘 결과, 나는 목표를 잃고 방황하게 되었고, 목표를 잃은 나는 자연스럽게 삶과 일의 동력을 잃었다. 동력을 잃은 배는 망망대해에 표류하게 되었고, 이대로 가다가는 폭풍우를 만나 침몰할 것만 같아, 잠시 항구에 배를 정박시키기로 했다. 좀 쉬면서 다음 길을 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내가 10여 년 전 고등학교를 관뒀을 때와 같은 마음으로.

 


 

퇴사 이후, 나는 약 8년간 지속되었던 일본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들어왔다. 이곳에서 잠시 쉬면서 내 다음 길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까지의 인생의 여정 중에 나는 이런 저런 자잘한 '실패'들을 겪었다. 앞서 말했듯, 그리고 글로 풀어썼듯 그 실패들은 하나의 에피소드로 엮기에는 상당히 모호하다. 기승전결로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꼭 직진을 할 필요는 없는 법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자잘한 실패들이 내 인생 경로를 다양하게 바꿔왔다는 것이며, 그 다양한 경로들은 돌이켜보면 '썩'나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쨌든 그 다양한 경로들을 거치며 나는 남들이 할 수 없는, 혹은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고, 그 경험들로 인해 현재의 달라진 나 자신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블로그를 통해서 나는 무엇을 적을 것인가 생각을 해봤지만 내 인생처럼 명확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굳이 말하자면 앞으로 내 인생이 어떻게 표류하는지, 거기서 어떻게 나만의 실마리를 찾는지, 그 과정을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줄 생각이다. 행여 이 블로그에 들른 사람 중 방황하는 사람이 있다면, 하나의 작은 지침이 될지도 모르고, 그로 인해 조금이나마 자극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만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그렇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나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볼 기회를 줄 것이라 생각하기에, 그 또한 나쁘지 않다고 본다.

 

아무쪼록 꾸준히 써 나가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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