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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입사 제의를 받다

에디터 D

by solarone 2020. 1. 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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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언제 어디서 찾아올 지 모른다. 나에게도 그러한 기회가 불쑥 찾아왔다. 한 스타트업의 대표로부터 입사 제의를 받은 것이다. 그리고 그 대표는 내 지인이다. 어떻게 보면 낙하산 인사(?)인 셈이다. 너무나도 뜬금없는 제안이었기에, 그 의중을 파악하고자 한 차례 만나보기로 생각했다. 서울 어느 곳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두 시간 가량 대화를 나누었다. 

 

요약하자면 '신뢰'때문이었다. 나는 그 지인과 알게 된지 약 8년 가까이 된다. 그 기간 동안 매우 친하게 지낸 것도, 아예 모른 척 살아오지도 않았다. 간혹 먼저 연락을 해서 만나 같은 시간을 보낸 정도다. 그 정도의 사이였음에도 지인은 나라는 사람에 대해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일을 믿고 맡길 수 있겠다'라는 소리였다. 내가 가진 실력은 별개로, 지인은 나에 대한 신뢰만을 가지고 나를 발탁했다.

 

 

스타트업의 대표로서 이런 저런 사람들을 경험하면서 지인이 내린 결론은, 결국에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특정 업무에 대한 스킬을 가진 사람들은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믿을 만한 사람을 구하는 건 어렵다는 말도 덧붙였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같이 일 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일이란 혼자하는 것이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모여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관계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서로에 대한 신뢰다.

 


 

솔직히 나는 내가 어떻게 내 지인의 신뢰를 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나 스스로도 내가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에 대한 확신은 없다. 그저 사람을 똑같이, 일관성을 가지고 대하는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상황에 따라서 태도가 바뀌고 뒤에서 다른 이야기를 하고, 그런 것들이 반복되다 보면 신뢰는 차츰 사라지게 되는 건 아닐까. 나는 그러한 당연한 생각을 가지고 사람들을 대하려 노력했고, 그것이 결실을 맺은 것일지도 모른다. 나의 일관된 모습 속에서 사람들은 나에 대한 믿음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닐지.

 

이렇게 말을 하고는 있지만 나는 아직도 내가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 모르겠다. 일관적으로 사람을 대한다고는 했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감정에 휘둘릴 때가 많고, 감정에 따라 사람을 대하는 경우 또한 많다. 그것이 엇나갔을 때 나의 인간관계는 항상 흔들렸고, 많은 이들을 떠나보내기도 했다. 그 때마다 후회를 했고, 되도록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신경을 쓴 정도다.

 


 

어찌되었든 나는 나의 경력과는 상관없이 스타트업에서 일하게 되었다. 형식상의 직책은 운영총괄 (COO)이지만, 사실 극 초반에 내가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건 먼저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굴러들어온 돌인 내가 전권을 쥐고 휘두르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곳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며,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고 일을 진행시키는지를 먼저 배워야 할 것이다. 전문적인 지식들은 그러면서 익혀나가면 된다. 조직을 운영하는 건 물론 빠를 수록 좋겠지만, 내가 몸에 익혀야할 것들을 먼저 익히고 난 후에라야 가능하다.

 

이렇게 또 다시 나는 전인미답의 분야에 발을 들여놓고 말았다. 이는 분명 내가 하고 싶어하던 사업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고, 그에 필요한 다양한 인맥이나 내 개인적인 능력을 끌어올릴 계기가 될 것이다. 엄청나게 어려울 것이고, 고생도 많이하겠지만 내가 하고 싶어서 선택한 길이니 끝까지 해나가야할 것이다. 일관되게 열심히, 잘 일하고 그렇게 사람들과 신뢰를 쌓으며 나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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