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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하나하나 확실하게 끝낼 것

에디터 D

by solarone 2020. 5. 1.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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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보면 여러 가지 일들을 병행하는 경향이 있다. 그로 인해 이런저런 일감들이 지연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하나하나 확실하게 처리하고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는 습관을 들여라."

 

연휴 전 가졌던 회의에서 내가 받았던 피드백이다. 사업이 확장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나는 조금이라도 팀에 기여하기 위해 이런저런 일들을 도맡아 하고 있다. 내게 부여된 임무뿐 아니라 그에 파생되는 일들을 한꺼번에 처리하기 위해서다. 매번 반복되는 비슷한 문제가 지겹기도 했고, 이 번 기회에 그 뿌리를 뽑고자 했다.

 

그러던 차에 이런 피드백을 들으니 조금은 힘이 빠진 것도 사실이다. 나는 그저 문제가 보였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 했을 뿐인데 말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가 한 말은 틀리지 않았다. 나는 확실히 일을 벌여 놓기를 좋아하고, 그것을 끝까지 확실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어찌어찌 기한에 맞추어 일을 끝내기는 하지만, 한 가지 일에 몰입해서 처리하지 못하기에 결과물이 다소 불만족스러운 경우들이 있다.

 

 

이를 테면 이런 것이다. 이번 주 금요일까지 어떤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나는 그것에 온전히 집중하기보다, 다른 급한 일들을 동시에 처리하려 한다. 있어 보이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이 일, 저 일 왔다 갔다 하면서 처리하게 된다. 하나의 일에 온전히 집중하려 해도 중간에 다른 일들이 필연적으로 끼어들기 때문이다. 내가 맡고 있는 포지션의 특성상, 다른 대응도 반드시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일의 흐름이 끊기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 결과 일이 어쩔 수 없이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이 되고 만다. 그리고 결과도 그렇게 되고 만다.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상황이 이렇다. 

 


 

한 유튜브 영상에서 20대의 특징에 대한 것을 본 적이 있다. 내 처지와 똑 닮아서 상당히 공감했던 영상이었는데, 요지는 이렇다. '꼭 끝까지 노력하지 못한 사람들이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가 중간에 포기하곤 한다. 그렇게 포기를 쉽게 하고 도전도 쉽게 하며, 그러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청춘이 끝나 있다.' 

 

끝까지 무언가에 미쳐서 그 결괏값을 만들려는 시도를, 나는 살면서 해 본 적이 없다. 늘 어중간하게 시도했고 어중간하게 노력했으며, 포기했다. 그리고 끝까지 하는 맛을 모르기에, 새로운 시도를 어중간하고 다양하게 한다. 지난번에 내 업무에 대한 피드백을 들었을 때, 나는 나의 지나간 인생에 대해서 문득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쩌면 내가 위에 핑계처럼 적어 놓은 업무적인 상황이 근본적인 원인은 아닐지도 모른다. 다만 나는 일이 되었든 인생이 되었든 무언가를 끝까지 해본 적이 없을 뿐인 건 아닐까?

 


 

내가 여러 일들을 벌여 놓고 있는 사실을 제삼자 덕분에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건 그리 유쾌한 경험도, 불쾌한 경험도 아니다. 그저 나의 현 상황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가 생겼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어쩌면 기뻐해야 할지도 모른다. 내 업무 방식을 고칠 계기가 되었으니 말이다.

 

비단 업무뿐이 아니라 내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한국으로 돌아온 지난 반년 간 나는 '한 가지'에 도무지 집중을 하지 못했다. 글쓰기마저도 브런치에 썼다가 블로그에 썼다가를 반복했다. 부업을 한답시고 스마트 스토어를 잠깐 해보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운동도 그렇고, 독서 모임도 그렇고, 기타 여러 취미도 그렇다. 그 '집중하지 못하는 상태'가 언제나처럼 이어졌고, 그렇게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는 채로 반년이 흘렀다.

 

이쯤 되니 그가 해 준 피드백이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 핵심을 찌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것을 개선하게 된다면 내 업무와 인생에 무언가 큰 변화가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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