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서는 하루하루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일해야 한다."
대표와의 면담에서 나왔던 이야기다. 내가 들어온 이 조직이 가진 특성을 가장 함축적으로 말해주는 문장이었다. 아직 와 닿는다고 말할 정도로 내 경험은 불충분 하지만, 그럼에도 무언가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스타트업은 기본적으로 자체적인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다. 대부분 어떤 문제를 해결한다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투자를 받고, 그 투자받은 돈을 가지고 먹고 살아간다. 따라서 거기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대기업에서 일하며 겪었던 그것과는 사못 다른 모습이었다. 아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기업에서는 나라는 사람을 키우기 위해 무제한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파격적인 투자를 했다. 신입 사원 연수라는 명목으로 몇 십만 원 하는 교통비를 훌렁 써버 린다든지, 내 월세의 거의 대부분을 내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항상 '비용 절감'을 외치기는 했지만 그것은 나와는 어딘가 거리가 먼 것처럼 다가왔다. 내가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대기업이 무너지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으니 말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이라는 조직은 달랐다. 지원이 10명도 채 되지 않는 이 작은 조직에서는 매일 쓰는 돈 하나하나가 다 아쉬웠다. 비용 절감은 곧 살아남기 위한 투쟁을 의미했고, 그래서 더 심각해야 했다. 대기업 처럼 무제한으로 퍼붓는 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랬다가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고 말 것이니까.
그래서 더욱 '극한의 오너십'이 필요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일을 나의 사명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완수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하는 건 아닐까. 대충 8시간만 채우고 집에 유유히 떠나는, 대기업적인 사고방식은 스타트업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인원이 적은 만큼 팀원 한 사람 한 사람의 기대 역할은 막중하다. 부서는 곧 개인이고, 개인이 곧 부서다. 개인이 일을 대충 하게 되면 그 부서는 무너지고, 부서가 무너지면 조직은 큰 타격을 입는다.
스타트업 입사 2주차, 나는 아직 대기업병에 사로잡혀 있는지도 모른다. 이들이 가진 절박함에 아직 까지는 완전히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과거에 겪었던 위기들을 나는 겪지 못했고, 회사가 비교적 안정이 되어있는 상태에 입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기의식이 필요하다는 대표의 말에는 공감한다. 안정을 추구하게 되면 성장을 등한시하게 되고, 결국 고인물이 되기 때문이다. 고인물이 되어버린 스타트업에서 과연 어떤 가치를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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