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그것과는 많은 것이 달랐다. 수평적인 조직 문화, 직원 하나하나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 하는 모습 등등 대기업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들이었다. 내가 함께 하는 사람들은 이미 이 회사와 오랜 시간을 같이 해왔다. 창립 부터 갖은 고난과 역경을 함께 이겨내 온 사람들이다. 그만큼 뭐랄까, 어딘가 달랐다.
스타트업에서의 업무를 바로 하기 보다 나는 이 일주일을 회사에 대해 파악하는 것에 할애했다. 어차피 할 수 있는 업무도 없고, 애초에 대표가 나에게 그런 식으로 말을 했다. 길게 보고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스타트업의 생리에 대해 공부하라고 그는 말했다. 이 회사에서 일하는 게 어떤 것인지, 이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었다.
애초에 이 바닥은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곳이었다. 회사가 방향은 설정해 주지만, 세부까지 일일이 업무 지시를 하지는 않는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머리로 생각을 하고, 계획을 세워서 스스로 움직여야만 한다. 누군가가 일감을 떠먹여 주지 않는다.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해서 일감을 발굴해야 한다.
나에게는 발이 닿지 않는 깊은 물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느낌이었다. 회사가 정해주는 일을 하는데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일의 우선순위도 회사가 정해주었고, 나의 행동반경 하나하나, 나의 시간 일 분 일 초를 회사나 상사가 정했었다. 자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는 환경이었다.
그런 환경에만 있다가 갑자기 나를 풀어 놓으니, 갈피를 못 잡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최 이 사람들은 어떻게, 무슨 기준을 가지고, 어떤 로직을 가지고 일에 임하는가? 어떻게 이들은 이 많은 일들을 스스로 만들어서 해결하고 있는가?
단기간에 얻을 수 있는 경험은 결코 아니다. 끊임 없이 자기반성을 하고, 나의 메타인지를 높이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며, 사람들의 조언을 구하면서 몸으로 익히는 수밖에는 없다. 쉬이 얻는 것은 그만큼 빨리, 손쉽게 사라질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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