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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서 인건비란 어떤 의미인가?

에디터 D

by solarone 2020. 3. 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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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못하는 사람의 특징

일을 못하는 사람은 대개 어떤 특성을 지닐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큰 그림을 볼 줄 모르는 것'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대개 지엽적인 것에 매달린다. 파워포인트 하나를 만들어도 그것을 만드는 의미를 망각하고 폰트 크기, 세세한 디자인 하나에 목매단다. 나름 열심히 결과물은 만들어냈으나 그것은 대부분의 경우 상사에 의해 기각된다. 그리고 온갖 구박을 당한다.

 

팀장이던 시절, 나는 굳이 말하자면 '일 못하는 팀장'이었다. 팀장의 자리에 어울리는 일을 나는 하지 못했다. 전체를 볼 줄 몰랐고, 팀원들이 할 수 있는 실무에 집중했다. 그렇게 실무를 쌓아 놓고 척척 해내면 괜히 기분이 좋기까지 했다. 무언가 많은 일을 '처리'한 것 같은 착각이 들었고, 이 정도면 열심히 했다며 뿌듯해했다.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그런 식으로 팀장의 하루 8시간을 소비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팀장은 팀의 장으로서 마땅히 팀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존재다. 그런 존재가 전체를 보지 않고 세부에만 집착하니, 팀의 방향이 어그러졌다. 팀원들은 본인들의 실무 부담이 줄어드니 처음에는 좋아하다가도, 나중에는 왜 팀장이 팀장의 일을 하지 않는지 내게 묻기 시작했다. 팀장은 자신들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방향타의 역할인데, 왜 그 역할을 내팽개치고 쓸데없는 일을 하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내 나름의 변명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회사는 대대적인 비용 절감에 들어갔고, 그로 인해 인건비를 최대한 줄일 수밖에 없었다. 팀원 한 사람 한 사람의 해야 할 일의 절대 양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일감은 밀어닥치는데 그것을 해결할 사람은 부족하고, 그렇다고 잔업을 하거나 새로 사람을 뽑을 돈은 주어지지 않았다. 팀원들이 해결하지 못 한 일감들이 내게 까지 들어왔고, 나는 하는 수 없이 그들의 실무를 떠맡게 되었다. 

 

거기서부터 잘못이었다. 밀려드는 일감에 나는 정신을 못 차렸다. 하루하루 실무를 해결하는데 몰두했다. '당장 끝내야 하는'일들을 우선적으로 처리했고, 팀의 방향을 정하는 긴급하지는 않지만 가장 중요한 일들을 뒤로 미뤘다. 조직을 부감할 시간을 아예 가지지 못한 것이다. 그런 상태는 만성적인 것이 되었고, 내가 이끄는 20여 명 남짓의 팀은 점점 곤두박질쳤다. 방향을 잃은 탓이다. 나는 전형적인 '전체를 볼 줄 모르는 일 못하는 사람'이었다. 

 


 

스타트업에서 인건비가 가지는 의미

얼마 전 팀의 주간 회의에서 나온 이야기였다. 한 팀원이 내게 노파심에 이런 이야기를 했다. '대희님은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지만, 대희님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그게 아니다. 회사의 방향을 결정하는 등 더 큰 그림을 그리는 일이기 때문에, 자신이 맡을 역할을 항상 머릿속에 두고 일 했으면 좋겠다.'라는 말이었다.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매일 열심히 내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고 있던 차에 들은 이야기여서 더욱 그랬다. 

 

그는 덧붙여 팀원 전체에게 이렇게 말했다. '모두 자신의 인건비가 가지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우리가 받는 월급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 반복적인 일을 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다. 그건 아르바이트생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아르바이트생이 되려 해서는 안된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여기서 일을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스타트업에는 대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사람들이 있다. 우리 팀은 고작 5명이다. 그 하나하나가 가지는 역할이 막중하다. 사람 하나가 곧 부서다. 그 사람이 쓸데없는 짓을 하면, 그 부서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 회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가진 부서가 사라진다고 생각해보라. 얼마나 아찔한가?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사람은 최소한 그 정도의 위기감은 가지고 일 해야 한다. 내가 팀장 시절 취했던 행동은 스타트업에서는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잊어서는 안 되는 것 하나 

이전의 서평에서도 언급했듯이, 특히 스타트업에서 일할 때는 더더욱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그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그것을 잊는 순간 나는 월급 도둑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고, 이내 조직에서 필요 없는 사람이 될 것이다. 

 

항상 머릿속에 이 회사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우리의 최종 목표는 무엇이고 그것을 위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들은 무엇인지, 나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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